부업보다 부캐로 사이드잡 블로그 즐기기

부업이란 단어가 부수입을 얻겠다는 N잡의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져 최근 거부감이 일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여러 책을 검색해보다 사이드잡이란 단어를 접했고 부업보단 부캐라는 용어가 강조된 주제로 일관된 책을 읽게 되었다. 마음 속 답답함이 스르르 가라앉았고 옛 기억이 문득 떠올라 한 글귀 남겨본다. 부디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블로그를 부업으로 하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게 되면

흔히들 돈을 쫓지 말라고 한다. 돈을 쫓으며 부업에 집착하면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많아지지 않나 하는게 최근 생각이다. 네이버블로그 커뮤니티에 소속되었을 때의 경험이 떠오른다. 소속 전에는 블로그에 내 글을 하나씩 남기는 걸 별 생각없이 접근했다. 그런데 블로그를 하다보니 검색하는 것도 블로그 운영과 관련된 것이고 역시나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모 블로그 강사의 무료 블로그 운영 강의를 접했다. 그 강사가 운영하는 카페와 단톡방에 들어가서 1일1포, 서로이웃 좋아요 댓글 남기는 활동, 그리고 그 강사의 무료 컨설팅도 받게 된 소중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블로그 포스팅을 하다 보니 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내용에 대한 자기검열이 생겼다. 그 사람들은 부캐를 넘어 부업까지도 노렸기 때문에 수익화를 위한 포스팅 상위노출에 좀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평범한 내용을 적더라도 상위노출을 노리는 게 낫지 않겠냐고 넌지시 권했다.

서로이웃 댓글 주고 받는 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형식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비슷한 관심사 기반 관계 맺음이 아닌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있는, 단지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공통점만 지닌 사람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의 관계가 우선이다보니 서로의 블로그에 찾아가서 남기는 댓글에 진정한 공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올리는 포스팅 내용은 댓글을 잘 남기지 않는 소위 말하는 뜨내기 손님들이 이용하는 튜토리얼(포스팅 내용보고 따라하기)들이 주제들이었다. 

결정적인 마음 속 갈등은 서평을 업로드 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는데 내가 접한 커뮤니티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생각 이상으로 책과 친하진 않았다. 커뮤니티를 리드하는 강사가 도서 서평은 상위노출에 불리할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 그 한 마디로 인해 읽던 책이 있어도 서평을 올리는 게 망설여지게 되었다. 하루에 하나의 포스팅을 의욕적으로 꾸준히 했었는데 그 시점 이후로 소위 말하는 블태기-블로그에 글 안올리는 권태기-도 왔었다.

그러던 중 마침 휴직도 끝나게 되어 네이버 인플루언서까지 운좋게 또는 열심히 키웠던 블로그와 멀어지게 되었다. 

부업보단 부캐

복직을 하고 본업에 적응하는데 온 정신과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와 매너리즘을 주체할 수 없었다. 특히 내가 원치 않으면서 완성도가 도저히 만족되지 못한 다량의 글이 생산되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내 글을 쓰고 싶고 내 글을 인터넷 공간에 축적해두고 싶었다. 물론 일기장이나 다이어리에 써도 되긴 한다. 하지만 PC통신때부터 내가 원하는 글을 쓰고 남들에게 공개해서 반응을 얻는 것에 갈망은 늘 있어왔다. 마침 주말에는 블로그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대신 네이버블로그나 티스토리가 아니면서 애드센스를 자유자재로 달 수 있는 해외블로그 플랫폼 이거 하나만 지금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예전 커뮤니티에서 뭔가 가슴속에 답답함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일단 지금 블로그 하는 것과 그 때의 차이는 이웃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서평을 올리고 싶으면 올리고 지금처럼 내 마음 속에 있는 넋두리도 상위노출에 상관없이 남기고 싶으면 남기는 걸 원했던 것이다.

이 글을 남들이 읽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면 좋겠다. 사실 내가 두고두고 읽고 마음을 다지는 글이라 남기는 이유가 더 크다. 커뮤니티 사람들과 지내면서 부캐보단 부업 개념으로 블로그를 키우다보니 돈되는 키워드에 걸맞는 포스팅만 집착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글을 쓸 수 있는 소재가 다양해지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블태기라고 해서 블로그에 글쓰기에 싫어지는 구간이 생기는 일도 생겼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게 되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더더욱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속 강한 열망이 터져 나와 주체할 수 없었다.

마침 이 블로그에는 내가 올리고 싶은 글을 쓰게 되니 한결 편하다. 부업이 돈을 쫓거나 뭔가 성취를 반드시, 특히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움직인다는 뉘앙스가 강했고 예전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에서 그 점이 강조되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선 부업보단 나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어하는 부캐가 돈과 상관없이 블로그를 키우는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걸 바랐던 거였다. 이전 경험 덕분에 돈을 우선해서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블로그 자체의 생명력도 약해질뿐더러 글쓰는 재미가 반에반에 반감이 되겠다는걸 절감하게 되었다.

내 부캐와 내가 만들어가는 블로그 즐기기

블로그 포스팅 상위노출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내가 쓴 모든 글들은 전 세계 70억 인구 중 한 명이상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누락없이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만 그것때문에 상위노출에 유리한 소재의 글만 올리게 되어 내가 남기고 싶은 글을 못 올리는 자기검열이 싫을 뿐이다. 

네이버블로그도 키워봤고 티스토리블로그와 개인도메인으로 애드센스 고시를 통과했을 때는 성취감도 컸다. 본업에서 스트레스받았던 것이 좀더 긍정적이고 자기발전적인 방향으로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이 블로그가 심지어 아무에게 닿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쓰게 될 글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면서 AI에겐 맡기기 싫은, 글쓰기 창작의 즐거움과 실력은 남을 것이니 말이다.

블로그에서 내 신분이나 개인적인 걸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자유로워 좋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왠만해선 블로그 콘텐츠 소비자들은 블로그를 누가 운영자하는지 자체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콘텐츠의 진정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뿐.

부캐의 블로그 운영이 내 삶과 본업에 활력소가 되기에 지속적으로 운영해볼까 한다. 본업을 가진 직장인이 블로그를 대하고 운영할때의 마음이 이렇게 소박하길 권하는 바이다. 블로그 수입에 집착해 부업화시켜 본업을 때리치우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면 있던 돈도 도망갈 확률이 높아질것이라 본다. 몇몇 유니콘-본업을 뛰어넘는 부업 운영자들-들의 성공을 일반화시키지 말자. 이건 내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한 번 더 강조컨데, 부업으로 접근한 블로그 운영에 있어 수익이 계획했던 것만큼 생각보다 안 생기는, 본업을 가진 직장인들에게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말길 바란다. 그냥 블로그 자체를 즐기길...
다음 이전